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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johyuna 2012.12.30 03:04

학교 다닐 땐 '그래도 한국에 있는 미술대학 중에서 우리학교 정도면 좋지~' 커리큘럼도 괜찮고 선생님들한테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만족하면서 다녔던 것 같다. 근데 여기와서 여러 전시도 다녀보고 작업하는 사람들 보면 느낀건데, 다들 자신과 자기 작품에 대한 PR도 잘하고 다른 사람들하고도 거리낌없이 교류하는 모습이 내가 봐왔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것도 자라온 환경이나 개인적인 성향에 많이 좌우되지만 말이다. 학생의 신분으로 미술사나 작가들에 대한 지식도 많고 이론적으로도 깊이를 갖춘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우물 안 개구리로 안정적인 걸 추구하기 보다는 자꾸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물론 난 3자의 입장에서 느낀 거지만...


오늘은 Artist Statement를 써야되는데 좀 고생을 하고있다. 학교 다닐 때는 시키는 것도 억지로 했던 것 같아서 후회가 된다. 난 너무 소극적이고 자기 계발도 멀리했고 열정이 없었던 것 같네... (왜 내가 첨에 친구들한테 '나 대학원 갈꺼야'했더니 픽픽대며 비웃었는지 알겠다.) 암튼 학교에서 Statement는 어떤 식으로 써야하는 지, 내 Portfolio는 어떤 식으로 정리해야 하는지, 자기 PR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그런 걸 보여줄 데도 없는데 뭐하러 하지? '난 배우지 않아서 몰라' 그렇게 생각했지만 한 편으로 '나는 작가 안할꺼니까...' 이런 생각으로 관심을 전혀 갖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뒤돌아보면 과제전이나 3학년 크리틱, 4학년 졸업평가 기간동안 그런 것들을 습득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그 시간에 대한 안타까운 점이 많다. 여기와서 보니까 다양한 시각적인 활동과 기회들이 넘친다. 시장도 넓고 사람들이 작가를 대하는 태도나 작품을 마주할 때의 태도도 많이 다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자기 작품을 보여줄 기회와 그것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팔릴 기회가 많다. 오히려 그런 요소들이 미술을 공부하는 학생들로 하여금 작가로써의 삶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 아닐까.


우리 나라도 레지던시도 아주 많아지고 예전과 다르게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래도 여기서 보면은 멀었단 생각도 든다. 뉴욕에서 어떤 학교가 오픈 스튜디오를 한다 하면 친구들부터 모르는 사람도 꼭 찾아서 보러가고 그러면서 인맥을 구축할 수도 있다. 내 바람은, 학교 다닐 때도 학생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같이 교류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픈 스튜디오 같은 것들도 활성화 되고 준비도 좀 더 철저히 해서 서로의 장점들도 배우고 긴장감도 가지면서 작업을 한다면 학부 때도 좋은 작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자기 계발도 하고 조금 더 열정을 갖고 노력하면 진짜 멋진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작가가 될꺼야'라는 목표는 없다. 유명한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작품도 많이 팔리고 뮤지엄 작가가 되면 더 영광스럽겠지. 근데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고 자신도 없으며 꿈도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소소하게, 조금은 유니크 한 방법으로 하고싶다. 


민망한 얘기지만... 나에게 왜 굳이 대학원을 가려고 하냐고 묻는다면,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고 싶은 부분, 일종의 갈망 같은 게 있어서다. 대학원 안나와도 작가로 성공하는 사람은 많은데 나는 학부 때 잘 모르고 못했던 걸 대학원이라는 교육 시스템 안에서 더 배우고 발전시키고 싶어서 가고싶다. 그리고 대학원 나왔다고 뭐가 쨘 하고 될꺼란 기대도 없다. 잘 되서 입학하고 나중에 졸업까지 하게 된다고 하도 또 백수로 지내면서 이제 뭐하지 전전긍긍 하게될 확률이 아주 높다.


근데 일년 전이랑 지금이랑 달라진 게 있다면 어디선가 계속 나는 작업은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것? 장담은 못하겠지만 막연히 그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서 지금 도전하는 게 잘되든 안되든 크게 상관은 없다. 물론 되면 고생길 시작이지만... 하하


근데 나 이거 뭔 헛소리야 쓰라는 Statement는 안쓰고... 이렇게 내일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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