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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johyuna 2011. 7. 16. 23:42



이게 무슨 인연일까.

몇달 전에 만삭이 된 삼색이가 보이길래 몇 번 밥을 챙겨주곤 했었다.
"이제 새끼를 낳았겠지" "많이 자랐겠지" 가끔씩 그 애가 지나다니던 골목을 걸을 때마다 생각하곤 했었다.
어느 날이었다. 동생에게 급히 작업실 쪽으로 와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아주 어린 고양이가 어느 누군가가 가져다놓은 소시지를 먹고 있었다.
"엄마 고양이가 있을꺼니까 그냥 가자"

멀리서 우릴 지켜보고 있던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걔 엄마 죽었어요 동네 애들이 죽은 걸 봤다더라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주변을 돌아다니던 고양이는 그 삼색이 뿐이던데... 혹시 그 아이가 낳은 아기일까?'
데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기 위해 뒤쫓았다. 겁을 잔뜩 먹은 아가는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이내 금세 멈추게 된 이유는 골목에 남아있던 털뭉치 때문이었다. 내가 다가가자 파리떼들이 순식간에 쌔앵 퍼졌다.
이게 뭘까. 아마도 이 아이의 형제들인 것 같다.
순간 마음이 아렸다. 엄마를 잃고 형제가 죽어간 이 골목에서 혼자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얼마나 무서웠을지.
꼭 데려가고 싶었다. 그래야 했다.
하지만 이 작은 아이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버렸다.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려 다음 날이 되서야 잡을 수 있었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더러워진 몸을 내 손으로 씻기고.
그렇게 이 아이는 내 품으로 왔고
약 3주를 나와 함께한 후, 뜻대로 좋은 분께 입양을 갔다.

고민 끝에 이름을 지었다.

사랑이
사랑 많이 받으며 자라라고.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너무나 건강하게 컸다고. 마치 누군가가 돌봐주기라도 한듯이 말이다.
하늘이 도운걸까?
너희 엄마가 나를 너에게로 이끈걸까?
그래. 너와 난 인연이라고 생각해.

난 이 세상이 네가 그 전에 살아왔던 삶처럼 험난하지만은 않다고 알려주고 싶었어.
세상엔 따뜻한 것도 많아. 비록 너의 엄마의 품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널 지켜주고 싶다 끝까지.
우리 사랑이 많이 보고싶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자라서 누군가에게 행복으로 되돌려 줄 수 있는 아름다운 고양이가 되길.
그 누군가가 내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찌됐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사랑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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